짧게 남기는 인턴십 수기
헤이워드 숙소의 새벽 2시, 옆집 강아지가 짖는 소리에 잠시 코딩을 멈췄다. 창밖으로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향해 날아가는 비행기의 불빛이 보였다. 노트북 화면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디버깅 문제가 남아있었다. MobileCLIP 모델을 iOS 앱에 통합하여 사용자의 여행 사진에 대해 자동으로 장소를 분류하는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적용하는 것. 이것이 실리콘밸리 인턴십에서 내가 맡은 핵심 과제였다.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부 3학년을 마친 나에게, 이론으로만 배웠던 인공지능 기술을 실제 사용자의 손안에서 작동하게 만든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2학년 때 들었던 '기계학습' 수업이 떠올랐다. 교수님께서 수업 막바지에 보여주신 다양한 인공지능 모델들의 실제 활용 사례. 그리고 '최신기술콜로키움' 교과목에서 접했던 인공지능 오픈소스 생태계의 매력에 매료됐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때는 그저 신기한 기술이었는데, 지금 내 손으로 그 모델을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하고 있다니.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의 인턴 기회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내가 속했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LinkedSpaces의 CEO인 서인 교수님이 처음 과제를 설명하실 때의 말씀이 아직도 귀에 맴돈다. "우리는 단순히 사진을 정리하는 앱을 만드는 게 아니에요. 사람들의 여행 기억을 인공지능이 이해하고, 그들만의 스토리로 재구성해주는 경험을 만드는 거죠." 레스토랑, 카페, 해변, 박물관 같은 장소를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인식하고 분류한다는 개념은 간단해 보였지만, 스마트폰 장치에서 직접 동작하는 인공지능을 모듈로 구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도전이었다.
처음 몇 주는 정말 막막했다. 영어로 진행되는 회의에서 내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답답했고, 기술 문서를 읽는 속도도 한국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팀원들의 배려 덕분에 조금씩 적응해갔다. 매일 저녁 숙소로 돌아와서는 틈틈이 영어 단어를 외우고, 기술 용어를 정리했다. 내가 부족한 영어 실력을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더 좋은 코드를 짜는 것이라고 믿고 생각했다. 부족하지만 팀에 기여하고 싶다는 열정으로 카페인과 함께 밤을 새워가며 개발하고 작업했다. 밤을 새우면서 진행했던 작업은 Wework로 이어져 하루에도 최소 두 번의 회의를 진행하며 개발 방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영어 실력은 물론 회사의 실무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샌프란시스코의 WeWork 공유 오피스는 그 자체로 신세계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다른 스타트업 개발자와 자연스럽게 기술 이야기를 나누고,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투자자가 우리 앱 데모를 보고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당신들이 만드는 여행 기록 어플은 인상적이에요.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참신하게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접목했어요.“ 엘리베이터의 벤처 투자자의 이 한마디가 스타트업의 일원인 인턴으로서 느낄 수 있었던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가 기여한 MobileCLIP 기반 관심장소 분류 모듈이 실제 비즈니스 가치를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또한 프로젝트 중반부에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UI를 전면 재설계하고 Swift로만 개발을 진행했다. 프로젝트 매니저인 유빈님과 함께 Google Maps의 타임라인 기능과 에어비앤비의 뱃지 시스템을 분석해 벤치마킹을 시도했다. "여행의 기록이 지도 위에 점으로만 남는 게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어야 해요." 유빈님의 이 말씀이 큰 영감을 주었다. 우리는 AI가 분류한 장소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대신, 시간과 공간의 맥락에 따라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설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최종 데모데이였다. 800장이 넘는 사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각 사진의 장소와 분위기를 파악해 자동으로 여행 일지를 생성하는 프로토타입 앱을 끝끝내 개발했고 시연했다. 시연이 끝나자 다들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학교 동기이자 함께 인턴십에 참여한 종훈이형과 프로젝트 매니저인 유빈님이 나를 보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 순간, 컴퓨터공학부에서 배운 모든 이론들이, SW중심대학에서 참여했던 여러 대회들이, 그리고 실리콘밸리에서의 도전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을 느꼈다.
인턴십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지난 3개월을 돌아봤다. Swift와 React Native를 연결하는 브릿지를 구축하고, Core Data로 대용량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며, 비동기처리를 적용해 AI가 사진을 분석하도록 만든 것. 이 모든 기술적 성취보다 더 값진 것은 '세계 무대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무엇보다 이 경험은 나에게 더 큰 꿈을 꾸게 만들었다. WeWork에서 만난 개발자들의 열정,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 기술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신념. 이 모든 것이 나를 변화시켰다. 이제 나는 막연히 좋은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내 손으로 의미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언젠가는 다시 실리콘밸리로 돌아가 더 큰 무대에서 도전하고 싶다.
SW중심대학은 내게 단순한 인턴십 기회를 준 것이 아니다. 내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그리고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자격을 주었다. 경희대학교에서 배운 탄탄한 전공 지식이 토대가 되었고, SW중심대학의 도움이 날개가 되어 나는 태평양을 건너 생애 처음으로 개발자들의 성지, 실리콘밸리를 밟아볼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나는 LinkedSpaces의 한 명의 유저로서, 테스터로서,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계속 피드백을 남기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이 인공지능을 거쳐 의미 있는 기억으로 변환되는 과정. 그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였다. SW중심대학 덕분에 나는 그 다리를 놓는 엔지니어가 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학부 생활 동안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많은 도전을 하며, 언젠가 내 손으로 세상을 바꿀 그날을 위해 도약할 준비를 해볼 것이다. SW중심대학이 열어준 이 문은 시작에 불과하다.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다.
